원세훈 실형 선고…'SNS 장악 보고서'가 스모킹건(세계일보)기사 원문과 댓글 베스트입니다.

2017.08.31 02:59TodayComment/Best

元 실형 선고 결정적 증거는 / 2011년 작성해 靑에 제출한 보고서 / 2012년 총선·대선 개입 확실한 물증 / 元 부서장 회의 ‘발언 녹취록’도 역할
서울고법이 30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파기환송심에서 항소심 때의 징역 3년보다 늘어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세계일보가 보도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가 스모킹건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해 보도한 SNS 장악 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다. 국정원이 2011년 작성해 청와대에 제출한 이 보고서는 본문에 “여권이 야당·좌파에 압도적으로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작업에 매진, 내년 총·대선 시 허위정보 유통·선동에 의한 민심 왜곡 차단 필요”라고 적어 선거 개입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2011년 11월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국가정보원이 2011년 10·26 재보선 직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국정원은 20∼40대가 선거 때마다 야권 후보로 쏠림을 보인다면서 ‘불통’ ‘독단’ 등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또 “유명인물과 언론을 보수 아바타로 육성하라. 선거 전에 SNS에 일반적 활동을 통해 온라인상에 잠복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이 보고서는 국정원이 이명박정부 시절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후 자체 조사에 나선 국정원도 “해당 보고서는 청와대 지시를 받고 작성된 보고서”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2012년 예정된 총선과 대선 개입을 위해 온라인 여론조작을 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물증인 셈이다.

본지가 보고서를 보도한 지난달 10일은 원 전 원장 결심공판이 예정된 날이었다. 애초 이날 검찰의 논고와 구형, 원 전 원장 측의 최후진술이 이뤄질 뻔했지만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의식해 결심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검찰은 급하게 해당 보고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SNS 장악 보고서에는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고 판시해 보고서 내용을 직접 인용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평상시에도 각종 선거에서 여당 승리를 목표로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댓글 등 각종 활동이 국정원 직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법원 위반은 물론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 선거법 위반에도 해당한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원 자체 조사 과정에서 존재가 드러난 원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전체 부서장 회의 등에서 한 말을 기록한 이 녹취록에는 그가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취지로 발언한 대목이 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간부들과 나라를 걱정하며 나눈 이야기일 뿐 선거에 개입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문제의 발언을 들은 직원들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며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내 파일 등 선거법 위반 혐의 근거로 쓰인 증거들이 다 증거능력이 없으니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SNS 장악 보고서, 원 전 원장 녹취록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재판부는 이들 추가 증거만으로도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